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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직업군의 숨은 업무 프로세스 - 97편. 기업 내부의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

📑 목차

    기업 내부의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라는 직업은 공식 조직도나 명함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실제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내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직업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수록 잘 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가 이 역할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들이 실제 사건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건을 미리 상상하고 제거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 상황을 가정한다. 법적 분쟁, 내부 고발, 언론 이슈, 고객 집단 반발, 임직원 이탈 같은 상황을 실제보다 더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내부 구조와 대응 흐름을 미리 설계한다. 이 직업은 겉으로 보면 지나치게 비관적인 사고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현실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1.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의 하루 업무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의 업무는 대부분 조용히 진행된다. 이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은 회의 자리에서 눈에 띄는 발언을 하기보다는, 회의가 끝난 뒤 조용히 문서를 정리한다. 그 문서에는 “이 결정이 유지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하나의 정책이나 프로젝트를 볼 때 항상 반대 방향에서 사고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서비스 출시가 논의될 때, 다른 부서는 기대 효과와 성장 가능성을 이야기하지만, 시나리오 설계자는 고객 불만이 폭증할 수 있는 지점,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문구, 외부에서 악용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떠올린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단순히 문제를 나열하지 않는다. 문제 발생 시점을 단계별로 나누고, 어느 지점에서 확산이 시작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지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제안한다. 이 직업의 진짜 능력은 ‘모든 걸 바꾸자’가 아니라, ‘이 한 가지만 바꾸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를 찾아내는 데 있다.

    특정 직업군의 숨은 업무 프로세스 - 97편. 기업 내부의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

    2.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의 시간대별 업무 프로세스

    기업 내부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의 시간대별 업무 프로세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평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루 종일 고도의 긴장감 속에서 진행된다. 먼저 오전 이른 시간대에 이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은 전날 발생한 외부 이슈와 내부 변화부터 확인한다. 경쟁사의 논란, 업계 뉴스, SNS에서 확산 중인 부정적 흐름 등을 훑어보며 “이 이슈가 우리 회사에 적용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를 자동적으로 대입한다. 이 시간대의 핵심은 판단이 아니라 감지다. 아직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위험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단계다.

    오전 중반 시간대에는 내부 회의 자료나 신규 프로젝트 문서를 검토한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이때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문서를 읽는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목표, 성과, 일정에 집중할 때, 그는 문장 속의 모호한 표현, 책임 주체가 불분명한 구조, 외부에서 오해받을 수 있는 단어를 표시한다. 이 시간대의 업무는 눈에 띄지 않게 이루어진다. 회의 중 적극적으로 발언하기보다는, 회의가 끝난 후 조용히 메모를 정리하며 “이 결정이 유지될 경우 3개월 뒤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를 단계별로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를 너무 앞서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현실적인 대비를 하고 있다.

    점심 이후 오후 초반 시간대는 시뮬레이션의 시간이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오전에 수집한 정보들을 연결해 가상의 사건 흐름을 만든다. 특정 정책이 외부에 알려졌을 때 언론이 어떤 제목을 뽑을지, 고객 커뮤니티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어떤 불만이 생길지를 순서대로 그려본다. 이때 그는 최선의 시나리오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사고한다. 왜냐하면 최악을 감당할 수 있다면, 그보다 작은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관리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시간대의 업무는 대부분 혼자 진행되며, 깊은 집중이 필요하다.

    오후 후반 시간대에는 조심스러운 개입이 이루어진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직접적으로 “이건 위험하다”라고 말하기보다, 질문과 가정의 형태로 의견을 전달한다. “이 결정이 외부에 공개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이 대표적이다. 이 질문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 리스크를 인식하게 만든다. 이 시간대의 핵심은 갈등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방향을 미세하게 수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 한마디, 표현 하나에 매우 신중하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의 업무 마무리 시간대는 단순히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이 직업의 가치가 가장 응축되는 구간이다. 이 시간대에 그는 오늘 하루 동안 떠올렸던 모든 가정과 시나리오를 다시 차분하게 되짚는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직업을 오래 수행한 사람일수록, 성급한 결론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 문제는 위험하다”라고 단정하지 않고, “이 조건이 겹칠 경우 위험해질 수 있다”는 형태로 사고를 정리한다. 이 미묘한 차이는 이후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직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시간대에는 기록 방식도 독특하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공식 보고서보다는 개인적인 메모나 비공식 문서 형태로 생각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문제를 공식 문서로 남기는 것은 조직 내부에서 불필요한 긴장이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키워드, 질문 형태의 문장, 상황 가정 위주의 짧은 문장들로 기록을 남긴다. 예를 들어 “이 정책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누가 가장 먼저 반응할까”, “이 표현이 내부 직원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같은 질문들이 그 예다. 이런 기록들은 당장 활용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난 뒤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매우 강력한 판단 근거가 된다.

    또한 이 시간대에는 감정 정리가 함께 이루어진다.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상황과 최악의 가능성을 상상해야 하는 이 직업의 특성상, 감정적 피로가 누적되기 쉽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이 피로를 그대로 안고 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업무를 마무리하며 의도적으로 감정을 분리한다. “이것은 나의 걱정이 아니라, 역할에서 나온 가정이다”라고 스스로 선을 긋는 것이다. 이 과정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직업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기 관리의 일부다.

    이 직업의 마무리 시간대에서 또 하나 중요한 작업은 기다림을 선택하는 판단이다. 오늘 떠올린 시나리오를 바로 공유할지, 아니면 조금 더 지켜볼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즉시 알리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알리지 않는 선택이 더 책임 있는 행동일 때도 많다. 아직 조건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가설을 공유하면, 조직 전체가 불필요하게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 말하는 것이 정말 조직을 보호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 판단은 매뉴얼로 배울 수 없고,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쌓인다.

    결국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시간대는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가 스스로에게 신뢰를 쌓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 동안 떠올린 수많은 가능성 중 어떤 것은 영원히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떤 것은 몇 달 뒤 실제 문제가 되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 그는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 직업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이미 한 번 생각해 본 문제”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퇴근하는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가 가장 성공적인 하루라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하며 다음 날을 준비한다.

    3. 가상의 실패 리허설

    이 직업의 가장 숨겨진 업무 프로세스는 가상의 실패 리허설이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실제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내부적으로는 이미 수십 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그는 가상의 뉴스 헤드라인을 써보기도 하고, SNS에서 확산될 법한 비난 문장을 미리 만들어본다. 그리고 그 문장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거꾸로 추적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과거 유사 사례와 현재 기업의 구조를 결합한 매우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는 종종 불편한 존재가 된다.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문제를 꺼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실제로 비슷한 문제가 외부에서 발생했을 때, 이미 내부에는 대응 매뉴얼과 판단 기준이 준비되어 있다. 그래서 이 직업은 위기 상황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계속 존재해 왔다.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는 결과보다 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이 문제가 실제로 일어날 확률”보다 “한 번이라도 일어났을 때 감당 가능한 수준인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그래서 모든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는 종종 타협을 제안한다. 완벽하게 안전한 선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확산 속도를 늦추거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거나, 외부의 오해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한다. 이 직업은 감정적으로도 매우 소모적이다. 늘 부정적인 상황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역할을 오래 수행한 사람일수록 감정 표현이 절제되어 있고, 말수가 적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이런 사람이 빠지면 조직이 불안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4. 이 직업의 전망 

    문제 발생 시나리오 설계자라는 직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작은 실수 하나가 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직업은 화려하지 않고, 성과를 숫자로 증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한 번의 큰 사고를 막아낸 경험은 기업 전체의 방향을 바꿀 만큼 강력하다. 내가 만난 한 시나리오 설계자는 “이 일은 성공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실패하면 모두가 기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이 직업은 늘 그림자에 머무르지만, 그 그림자가 사라지는 순간 조직은 위험에 노출된다. 그래서 나는 이 직업이야말로 현대 기업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전략적인 숨은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