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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직업군의 숨은 업무 프로세스 - 93편.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

📑 목차

    1. 이 직업이 왜 세상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는가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는 교육 업계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직업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않는 매우 특이한 직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원의 핵심을 강사라고 생각하고, 운영을 원장이나 매니저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실제로 학원의 성과, 유지율, 매출 안정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커리큘럼 설계자다. 이 직업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결과만 보이고 과정은 철저히 숨겨지기 때문이다. 학생이 성적이 올랐다고 느끼는 순간, 부모가 “이 학원은 체계가 있다”라고 판단하는 시점, 중도 이탈이 줄어드는 흐름 뒤에는 항상 정교하게 설계된 커리큘럼 구조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구조는 의도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공개되는 순간 경쟁 학원이 그대로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리큘럼 설계자는 교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이 직업은 학습자의 심리, 부모의 기대, 시험 일정, 학원 내부 운영 여건을 모두 계산해 ‘학습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수업 순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탈률이 가장 높은 구간을 피해 가도록 난이도를 조정하고, 성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 과목에서는 체감 성취도를 높이는 장치를 숨겨 넣는다. 이런 이유로 이 직업은 채용 공고에도 잘 등장하지 않고, 내부 핵심 인력으로만 운용된다.

    특정 직업군의 숨은 업무 프로세스 - 93편.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

    2. 커리큘럼 설계자의 하루는 교재가 아닌 데이터로 시작된다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의 하루는 교재를 펼치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은 수업 전 성적표, 결석률, 상담 기록, 퇴원 사유 메모부터 확인한다. 어떤 반에서 학생이 빠져나갔는지, 그 시점의 진도는 어디였는지, 시험 직후인지 아니면 방학 전이었는지를 분석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부가 어려워서 그만둔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계자는 학생이 어려움을 느낀 지점이 아니라, ‘지루함이 시작된 지점’을 찾는다. 그리고 그 지점 앞에 반드시 작은 성공 경험을 배치한다. 예를 들어 성적이 바로 오르기 어려운 단원 앞에는 문제 풀이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을 넣거나, 암기 부담이 적은 단원을 먼저 배치한다. 이렇게 하면 학생은 실력이 늘었다고 착각하게 되고, 이 착각이 학원을 계속 다니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된다. 이 과정에서 커리큘럼 설계자는 강사의 스타일도 고려한다. 아무리 좋은 교재라도 강사가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바로 수정 대상이다. 즉, 이 직업은 학생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와 학부모, 운영진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매우 입체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이런 복합적인 사고 구조 때문에 외부인이 쉽게 진입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숨은 직업으로 남게 된다.

    3.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의 시간대별 실제 업무 프로세스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의 하루는 일반적인 사무직이나 강사의 일정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간다. 이 직업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과 끝난 후의 시간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오전 시간대에 커리큘럼 설계자는 전날 수업에서 발생한 모든 변수를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사람은 단순히 진도가 나갔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특정 반에서 질문이 유독 많았는지, 숙제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이 늘었는지, 강사가 수업 중 설명을 반복했는지 같은 세부적인 상황을 기록으로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는 “이 단원이 어려웠다”라는 결론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 대신 이 단원이 학생의 집중력을 언제부터 떨어뜨렸는지를 추적한다. 오전 업무의 핵심은 문제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씨앗이 어디서 생겼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점심 이후 시간대가 되면 커리큘럼 설계자는 본격적으로 구조를 조정한다. 이 시간에는 교재를 직접 수정하거나, 다음 주 진도 순서를 바꾸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성취도가 눈에 띄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구간이 발견되면, 해당 단원 앞에 비교적 쉬운 문제 풀이 세트를 삽입한다. 이 작업은 학생이 ‘공부가 잘 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장치다. 동시에 설계자는 상담 일정도 고려한다. 다음 주에 학부모 상담이 예정되어 있다면, 상담 전에 반드시 설명하기 쉬운 성과 포인트가 나오도록 진도를 재배치한다. 이 시간대의 업무는 눈에 띄지 않지만, 학원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 단계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강사와의 소통이 집중된다. 커리큘럼 설계자는 강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강사의 반응을 관찰하고 조정한다. 어떤 강사가 특정 단원을 유독 힘들어한다면, 설계자는 교재를 바꾸기보다 설명 흐름을 단순화한다. 강사가 수업을 편하게 진행해야 학생의 이탈도 줄어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는 강사의 피드백을 받아 커리큘럼을 미세하게 수정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이 과정은 기록으로 남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학원의 안정성을 결정짓는다.

    저녁 수업이 한창 진행되는 시간대에 커리큘럼 설계자는 현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관찰자 역할을 한다. 학생의 표정, 쉬는 시간의 대화, 질문의 질을 통해 다음 수정 포인트를 머릿속에 정리한다. 이 직업은 즉각적인 개입보다 ‘다음 주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설계자는 수업 중 메모를 하거나, 특정 반의 흐름만 집중적으로 지켜본다.

    수업이 모두 끝난 밤 시간대는 커리큘럼 설계자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이때 하루 동안 수집된 모든 정보가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된다. 어떤 반은 유지 전략이 필요하고, 어떤 반은 구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진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는 단기 성적보다 중장기 유지율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하루가 끝나면,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학원 내부의 흐름은 조용히 바뀌어 있다. 이것이 바로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의 시간대별 숨은 업무 프로세스다.

    4.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만족 곡선’이다

    커리큘럼 설계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시험 성적 그 자체가 아니다. 물론 성적은 중요하지만, 그것은 결과 변수일뿐이다. 이 직업에서 진짜 관리하는 것은 ‘부모의 만족 곡선’이다. 부모는 성적표를 통해 학원을 평가하지 않는다. 상담 시점의 말, 숙제량의 변화, 아이의 표정 같은 간접 신호를 통해 학원의 가치를 판단한다. 커리큘럼 설계자는 이 흐름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 중간고사 직후에는 상담용 진도를 따로 설계하고,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기초가 단단해졌다”는 설명이 가능하도록 학습 구조를 만든다. 또한 부모가 가장 불안해하는 시점인 학기 초와 학기 말에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도록 단원을 배치한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구조다. 설계자는 학부모 상담 스크립트까지 염두에 두고 커리큘럼을 설계한다. 어떤 표현을 쓰면 신뢰가 올라가는지, 어느 시점에 어떤 말을 하면 학원 이동을 막을 수 있는지까지 고려한다. 이런 이유로 커리큘럼 설계자는 교육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소비자 심리 분석가에 가깝다. 이 직업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이유는, 이 구조가 공개되는 순간 학원의 경쟁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5. 학원 매출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들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의 역할은 교육 품질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직업은 학원의 매출 구조를 직접적으로 지탱한다. 예를 들어 재등록률이 떨어지는 시기를 정확히 알고, 그 직전에 체험 수업이나 특강을 배치한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커리큘럼의 일부다. 또한 단과 수업과 종합반의 차이를 커리큘럼 구조로 설명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학생과 부모가 “굳이 종합반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자는 가격 정책과도 연결된 사고를 한다. 수업 수가 늘어나는 시점, 숙제 부담이 증가하는 시점, 시험 대비반이 열리는 타이밍까지 모두 커리큘럼 흐름 안에 포함된다. 겉으로 보면 수업은 계속 이어지지만, 내부적으로는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구조다. 이 직업은 숫자를 직접 다루지 않지만, 숫자를 움직인다. 그래서 원장은 이 직무를 쉽게 외주로 맡기지 않는다. 내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 역할을 맡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커리큘럼 설계자는 경력이 쌓일수록 이직이 어렵지만,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된다.

    6. 커리큘럼 설계자가 되는 경로와 앞으로의 가능성

    학원 커리큘럼 설계자가 되는 정해진 경로는 없다. 대부분은 강사로 시작하거나, 상담 매니저, 부원장 역할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이 업무를 맡게 된다. 중요한 것은 교과 지식이 아니라 ‘사람이 언제 지치는지’를 읽는 능력이다. 학생이 포기하는 순간, 부모가 의심을 시작하는 타이밍, 강사가 번아웃에 빠지는 시점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은 책으로 배우기 어렵고, 현장에서만 축적된다. 그래서 이 직업은 공식 자격증도 없고, 외부 교육 과정도 거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 직업의 가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수록 학원은 ‘잘 가르치는 곳’보다 ‘오래 다니는 곳’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바로 커리큘럼 설계자가 있다. 이 직업은 여전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검색해도 표면적인 정보만 나온다. 하지만 교육 시장의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숨은 직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분명히 보이게 된다